최근 ‘드론(drone)’이란 용어가 매스컴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 등 TV 프로그램에선 드론을 공중에 띄워 제작한 일명 ‘헬리캠(helicam, helicopter camera) 영상’이 나오고, 주말 한강 일대 공원에서도 취미용 드론으로 서울시 경관을 촬영하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Amazon)은 상품을 중개하는 유통 영역에서 상품의 보관과 배송을 담당하는 물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상품 배송 서비스에 드론을 도입하기도 했다.
오늘날 드론은 방송 촬영과 재난 구호, 단순 취미(성인), 완구(어린이)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외 대형 마트와 온라인 마켓에서도 누구나 드론을 구입할 수 있다. 취미용 기기는 비전문가도 손쉽게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법이 단순해졌으며 대당 가격도 1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드론은 무인비행체(UAV, Unmanned Aerial Vehicle)의 일종이다. ‘벌이나 풍뎅이 같은 곤충이 날개를 빠르게 떨면서 내는 소리’를 뜻하는 영단어 ‘drone’에서 유래했다. 당초 드론은 군사용 기기였다. 목표물을 겨냥할 때, 혹은 적군의 비행이나 미사일 공격을 유도하는 미끼로 적의 전력을 파악할 때 주로 사용됐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엔 인명 피해 염려 없이 적진에 정찰 비행을 보내거나 폭발물을 탑재해 적진에 떨어뜨리는 등 보다 적극적 용도로 쓰였다. 미국 IT 전문 월간지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미국 공군이 보유한 비행기 석 대 중 한 대는 드론을 포함한 무인비행체다.
요즘 주목을 끌고 있는 드론엔 대부분 모터로 회전하는 소형 프로펠러가 여럿 달려 있다. 드론의 ‘가장 먼 조상’을 굳이 꼽자면 아시아 지역의 전통 장난감인 대나무잠자리(bamboo-copter)라고 할 수 있다. 대나무 막대기를 칼로 깎아 적당한 각도로 파내고 ‘T’ 자형 날개를 만든 후 가운데 막대를 손으로 비벼 날아 올리는 이 장난감은 기원전 4세기 무렵부터 이미 중국에서 애용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건축가·조각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비행 나사(aerial screw)’라는 장치의 상상도를 그렸다. ‘비행기 발명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19세기 영국 발명가 조지 케일리 경(Sir George Cayley)은 어릴 때 선물로 받은 중국 대나무잠자리 장난감을 갖고 놀며 ‘쉬이 날아오르는 비행체’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고무줄 밴드를 감아 프로펠러를 돌려 날리는 비행기 장난감을 만들었는데, 이 장난감에 열광해 실제 비행기를 만든 이가 바로 그 유명한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다.
하지만 드론의 개발 과정은 라이트 형제에서 비롯된 비행기 개발 과정과 사뭇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일단 비행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비행기는 처음엔 자동차처럼 엔진의 힘으로 바퀴를 굴려 빠르게 전진한다. 그렇게 힘을 받으면 날개 모양 때문에 날개 위아래 공기압 간 차이가 생긴다. 그 차이가 충분히 힘을 발하는 순간 기체(機體)가 날아오르게 된다. 이에 비해 드론은 날개에 연결된 모터를 빠르게 회전시키면 순식간에 날개 위아래 공기압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면서 회전과 거의 동시에 기체가 공중에 뜬다. 헬리콥터가 뜨는 것과 같은 원리다.
드론과 비행기는 에너지의 쓰임도 다르다. 비행기의 경우, 지표면에선 공기 저항이 크지만 일단 공중에 높이 뜨고 나면 공기 저항이 크게 줄어 비행에 그리 많은 연료가 들지 않는다. 그 덕에 한 번 연료 충전으로 꽤 장거리 비행을 할 수도, 수많은 사람과 화물을 나를 수도 있다. 반면, 드론은 헬리콥터처럼 뜨고 나는 작동 자체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프로펠러 회전에 쓰이는 에너지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람을 태우거나 무거운 짐을 싣거나 하기엔 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