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세계적 이슈가 된 건 폭넓은 상업적 활용도 덕분이다. 당장 아마존이나 DHL 같은 유통 기업이 드론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만 해도 드론을 활용하면 운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해 드론 산업에 진출한 기업가치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5년 5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드론 업체는 중국 DJI, 프랑스 패럿(Parrot), 3D로보틱스(3D Robotics) 등이다. 이 중 DJI는 최근 벤처캐피털 업체 액셀파트너스(Accel Partners)에서 약 80억 달러(약 8조6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액셀파트너스 역대 최고 투자액(7500만 달러)을 투자받았다. DJI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주요 국가에선 드론이 일상 영역까지 파고들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군사·공공 분야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만간 국내에서도 상업용 드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열린 ‘드론 세미나’는 이 같은 전망을 방증한다. 인터넷 벤처생태계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민·관 협력 단체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이 세미나엔 100여 명의 참석자가 몰려 드론에 대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이미 상당수의 국가가 법적으로, 혹은 기타 행정적·사회적 장치를 통해 드론 활용 기준을 정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시장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행 항공법 자체가 유인(有人)항공기 위주로 돼 있어 드론에 관한 구체적 규정 자체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드론 운행과 촬영이 허용되는 주파수는 10㎽에 불과한데 이 주파수론 조종 가능거리가 최대 200m에 불과하다. 제도상으로도 ‘고도 150m, 눈에 보이는 거리 내’에서만 조종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드론 업계가 시장의 탄력을 받으며 날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그림자도 커가고 있다. 비행 중인 드론은 행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수단으로 드론을 이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순히 악의를 갖고 열린 창으로 드론을 집안에 들여보내 피해 주는 것 역시 아주 쉬운 일이다. 올 1월 26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뜰에서 발견된 상업용 드론은 한 드론 애호가의 실수가 빚어낸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지난 14일 역시 백악관 인근에선 일반인이 의도적으로 백악관 안쪽에 드론을 진입시키려다 체포되기도 했다.
드론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장치를 통해 동체를 조정하도록 돼 있다. 이때 발생하는 주파수가 인근에서 사용 중인 전자제품의 작동을 방해할 수 있는 점도 우려 사항 중 하나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주최 측은 지난 3월 개최된 올해 행사 당시 공연장 내부에서의 드론 촬영을 금지했다. 드론세미나에 참석한 한 드론업체 관계자는 “드론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국내에서도 비행 규칙이나 전자제품 관리, 민·형사 처벌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통합적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