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전문 영화촬영용 드론으로 찍은 세계 최초 영화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비밀은 이 영화 제작에 사용된 드론이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는 것.
화제의 주인공은 그리폰다이나믹스의 양희철(47) 대표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영화산업계에서 그리폰다이나믹스의 드론은 ‘명품’으로 대접받는다.
이 회사의 드론은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제작에 투입된 이후 드레스메이커, 엑스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제작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리폰다이나믹스의 드론으로 촬영된 영화만 100여편을 훌쩍 넘는다.
왜 헐리우드 영화사에서는 중국의 유명 회사의 제품이 아닌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을 찾는 것일까. 양 대표는 드론 기체의 구조적 차이가 그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리폰다이나믹스의 드론은 전체를 카본 소재를 이용해 만들고 있다”며 “기존에 사용됐던 알루미늄, 플라스틱 소재로는 무거운 장비를 들고 촬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이어 “자체 카본 생산시설과 기체 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어 촬영장비에 맞는 최적의 기체를 생산할 수 있다”며 “아울러 더욱 튼튼한 기체 설계를 위해 건축에 사용되는 H빔(단면이 H 모양인 철골) 구조를 드론 기체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영화 촬영에 사용된 드론은 대부분이 취미생활에서 사용하는 촬영용 드론이었다. 이런 드론은 간단한 촬영을 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영화촬영에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를 잔뜩 싣고 비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양 대표는 기존 드론의 한계점과 영화산업의 니즈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전문 영화촬영 드론을 선보였다.
그리폰다이나믹스의 드론은 무거운 촬영장비를 싣고서도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해 영화산업으로부터 인기가 좋다. 영화촬영용 카메라 2대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기체 무게 포함해 약 50kg까지 무게를 견딜 수 있어 영화촬영에 사용되는 장비를 싣고 촬영하기에는 제격이다.
아직은 중국 DJI의 비행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비행제어연구실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비행컨트롤러를 사용할 계획이다. 비행컨트롤러는 드론의 두뇌가 되는 소프트웨어다. 양 대표는 소프트웨어도 국산화에 성공하면 해당 산업에 더욱 적합한 드론을 만들어 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양 대표는 “아직은 소프트웨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과 오늘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반드시 온전한 한국형 드론으로 세계 드론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영화촬영용 드론은 우리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지만 경제적인 이득은 크지 않았다”며 “건설, 시설물점검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산업용 드론을 통해 기업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이어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오랜 시간 일한 만큼 관련된 기술과 필요한 요건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