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소프트웨어(SW)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SW 역량을 갖추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SW 관련 강의를 듣기 위한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질 정도다.
고려대는 이번 학기 컴퓨터학과 ‘C프로그래밍’ 강의(정원 130명)에서 비전공자의 수강신청을 제한했다. 1학년 전공 수업에 다른 전공 학생 40여명이 몰린 데 따른 조치였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대신 2학기에 비전공자를 위해 강좌를 개설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매년 2학기에만 운영하던 ‘프로그래밍 연습’ 강좌를 올해 처음 1학기에도 개설했다. 지난 학기 정원(44명)의 두 배에 가까운 83명이 수강신청을 해 절반 가까이가 수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서 컴퓨터 전공의 합격선도 공대 최상위권으로 높아졌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주요 대학 자연계열 정시모집 결과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올해 합격선은 상위 0.5%로 공대 최고 인기 학과 중 하나인 전기정보공학부(0.8%)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은 “디지털시대에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는 줄었지만 컴퓨팅 사고(CT) 능력을 갖춘 SW 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SW 배우기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컴퓨터과학개론’(수강생 818명)이 ‘경제학개론’(711명)을 제치고 최고 인기 교양과목으로 자리잡았다. 영국은 지난 가을 학기부터 컴퓨터 사이언스를 초·중·고교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인문학을 중시하던 프랑스도 내년 9월부터 중학교에서 SW를 필수로 가르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SW 교육 확대에 나서는 반면 국내 초·중·고교 SW 교육은 겉돌고 있다. 교육당국은 2018년부터 중학교에서 SW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 교육청은 지금도 태부족한 SW 교사를 되레 줄이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게임회사 ‘조이시티’를 이끌던 1세대 벤처기업가로 최근 ‘소프트웨어 전쟁’을 쓴 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는 “지난 15년간 새로 나온 거대 기업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모두 SW를 기반으로 한 곳”이라며 “서둘러 SW 교육 확산운동을 벌이지 않으면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