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방의 한 사립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A씨는 올해 초 2년제 전문대학에 재입학했다. A씨는 졸업 후 1년 반 넘게 취업문을 수십 번 두드렸지만 실패했다. 현재 2년제 대학을 다니며 간호사를 준비 중인 A씨는 "가방끈 길어봤자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4년제 대학을 다니다 전문대나 전문학교, 사이버대학교 등으로 '유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4년제 학사 학위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4년제 대학 학생 5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명 중 2명(64.8%)이 "전문대 아닌 4년제 대학 진학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대부분(87.8%)이 "취업 문제 때문에 후회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영진전문대 컴퓨터응용기계계열에 입학한 원모(29)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영업사원으로 회사를 다니다가 전문대에 재입학한 경우다. 원씨는 "사회에 나와 보니 가방끈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 기술'이었다"며 "전문대를 나와 괜찮은 일자리를 구한 친구를 보고 재입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재단을 운영하는 거제대학교의 문봉환 입학팀장은 "전문대 중에서도 기업과 연계해 실무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학과에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이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4년제 대학을 나온 직장인들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 전문학교나 사이버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홍보 업무에 종사해온 서모(34)씨는 지난 3월부터 본교에서 미용 기술을 배우고 있다. 원광디지털대는 올해 신입생 중 4년제 대학 졸업생의 비율이 21.9%, 석·박사 학위 소지자 비율도 7.4%에 달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약물재활복지학과나 사회복지학과 등 취업과 직결되는 학과에 고학력자가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