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학번 신입생. 신선한 느낌이다. 29살의 늦깎이 학생에게도 충분히 허락되는 감정이리라.
99학번으로 서울산업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입학했던 나에게,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졸업까지 했던 나에게 다시 신입생으로 돌아가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공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공부를 게을리 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속에는 무언가에 대한 또 다른 열망이 있었다. 혼자서 옷이나 신발 리폼 공모전을 준비하고 컴퓨터 작업이나 티셔츠를 만들어 보면서, 5살 터울의 시각영상디자인과정을 전공하는 동생의 과제를 함께 하면서 어쩌면 별로 내세울 것 없는 나에게도 디자인에 있어서 남들만큼이나 잘 할 수 있는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군대와 여행과 휴학 등으로 20대의 후반까지 지나온 나에겐 그런 풋풋한 호기심은 사치가 아닐까 하고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또 단지 동경 수준이었기 때문에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 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07년 드디어 학교를 졸업 했다. 1년 동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 지 완전히 열중한 후에 아무 것도 찾지 못한다면 전공대로 취직할 생각이었다. 열정과 탐구 그리고 한숨과 눈물의 나날이 지나갔다. 1년이 지난 후에야 결국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깨달았다. 디자인. 디자인을 선택하지 않으면 평생 ‘그때 선택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디자인이라면 정말 내가 웃으면서 평생을 행복하게 즐기면서 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라면 힘들었겠지만 끝까지 용기를 북돋아 준 여자친구와 가족, 친구들 덕분에 나는 일생에 가장 큰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디자인 공부를 하겠다는 것과 직업 전문학교를 선택하는 것. 시간이 많지 않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그 중심에 본교가 있다. 많은 직업학교를 방문하고 직접 교수님들과 상담하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본교였다. 100% 취업과 최고 수준의 규모와 학업 환경은 사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느껴지는 ‘선생님’ 때문이었다. 학과장님과의 오랜 상담을 하고서 정말 이곳에서라면, 이 교수님 제자로서 라면 내가 선택한 일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다. 4년제 국립대 공대생에서 직업전문학교 신입생이 된 것에 내 주위 사람들은 이제 의아해 하지 않는다. 나 스스로도 그 어떤 의아함도 부끄러움도 없다. 이런 늦깎이 학생에게 열정을 심어줄 수 있는 본교가, 교수가 아닌 ‘선생’으로서 꿈과 열정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호서 전문학교가 자랑스럽다.
2년 후의 나의 모습은 아직 완벽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하지만 두렵거나 걱정되지 않는다. 그때도 지금처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내가 되어 있을 것이고, 나의 꿈에 날개를 달아 힘찬 첫 날갯짓을 할 테니까. 29살이라는 나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나중 난 뿔이 우뚝하다 하지 않았는가!
-2008학번 시각영상디자인과정정 1A 이동욱